‘시작이 반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어디에도 그 기원을 특정하기는 어렵지만, 오래전부터 우리 사회에서 사용되어 온 만큼, 농경 사회를 바탕으로 살아온 우리 조상들의 경험과 지혜를 담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농사는 씨앗을 뿌리는 것으로 시작되어 수확이라는 결과를 얻는 과정을 거친다. 씨앗을 뿌리는 행위는 곧바로 수확으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풍요로운 결실을 얻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농사는 씨앗을 뿌리고 기다리는 인내와 끈임없는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은 이러한 경혐과 지혜를 담고 있다.
이 속담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문화권에서도 유사한 의미를 가진 속담이 존재한다. 예를 들어, 영어의 "Well begun is half done."은 우리 속담과 매우 유사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는 시작의 중요성이라는 인식이 인간의 보편적인 경험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신약 개발은 장기간에 걸쳐 다양한 마일스톤을 통과해야 하는 도전적인 과정이다. 각 마일스톤은 이전 단계의 결과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으며, "Go/No-go" 결정은 긍정적인 결과에 대한 높은 확률을 기반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을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특히, 내부 정보 공개가 제한적인 신약 개발 스타트업에서는 객관적인 데이터 관리 체계가 더욱 중요하다. 즉, Regulatory & Quality Management System (이하 RQMS) 구축은 신약 개발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다.
모두가 RQMS의 중요성에 공감하지만, 현실적으로 데이터 설계 초기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는게 문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첫째, 결과보다 과정이 더 중요하다. 신뢰할 수 없는 결과는 판단을 늦추거나 잘못된 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결과 도출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철저히 검증하고, 실험 과정을 상세히 기록하여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
둘째, 다양한 데이터를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긍정적인 결과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결과도 면밀히 검토하여 전체적인 그림을 파악해야 한다. 이를 위해 통계적 분석을 활용하고, 다른 연구팀의 데이터와 비교하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셋째,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연구 결과에 대한 평가는 주관적인 판단보다는 객관적인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 RQMS는 독립적인 관리, 평가 시스템으로 작동해야 한다. 외부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하여 연구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신약 개발의 성공은 철저한 과정 관리, 다양한 데이터 분석, 객관적인 평가 시스템을 통해 가능하다. RQMS 조직이 시작 단계에서 역할을 하느냐 못하느냐는 향후 개발 프로세스의 성패와 직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시작이 반인데, RQMS 는 스타트업이 반드시 새겨야 할 초기 조직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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